작성일 : 08-10-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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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힐 여신들의 출현 (중부일보 칼럼 기재-20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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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수원여성회 (218.♡.95.132)
 조회 :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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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칼럼-게재일 : 2008.10.20 )
세상을 밝힐 여신들의 출현
개그콘서트에 남자 셋이 나와서 스스로를 독한 놈들이라고 부르는 코너가 있다. 이 코너가 주로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못생긴 여자들이다. 여고생들에게는 대학가도 못생겨서 미팅도 못나갈 것이라 하고, 아가씨들에게는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써도 못생긴 것들은 안 된다고 한다. 아줌마들에게는 남편도 비웃는 외모를 서로 칭찬해 주면서 좋아한다고 한다.
객석은 웃음바다다. 나도 보고 있으면 웃음이 피식거리고 나온다. 그런데 이 씁쓸한 뒷맛은 무엇일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가치가 없다. 비웃어도 좋고 그 정도 조롱은 그저 감수해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4학년짜리 딸 하고 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가 내가 물었다. “저게 재미있냐?” 재미있단다. “여성을 저렇게 안 좋게 말하는 데도 재미있냐?” 다시 물었다. 우리 딸 그래도 좋단다. 정신 못 차리고 웃는다.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여성들의 모습 중 왜곡되지 않은 모습이 얼마나 될까? 미디어 속에서 만들어진 여성의 이미지를 좇아 여성들이 다이어트와 성형으로 내몰리고, 아침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킨 성공한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저녁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교육을 망쳐먹는 극성스런 주부들의 모습을 고발한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나. 그 어느 곳에서도 여성들의 진지한 삶의 고민이 묻어나지를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판매를 하여야 하니 자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자극적일수록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왜곡만 남는 것이다. 문화에도 자본의 논리가 침투하면서 더 이상의 선의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수원여성회는 여성 문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문화로 만들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장으로 수원여성문화한마당을 열게 된 것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한 수원여성문화한마당 여신잔치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는 장이다.
지난 10월 18일 제4회 수원여성문화한마당 ‘사람이 살판나는 세상을 위한 여신잔치’가 효원공원에서 진행되었다. 때 이른 추석으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그날은 포근하여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올해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우리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우선하는 세상에 맞서 사람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자는 주제를 갖고 준비하였다. 세상을 만든 마고할미나 설문대할망이 다시 살아 온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수많은 현생의 여신들이 햇볕 좋은 가을날 오후를 누볐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 전시마당, 참여마당, 연극공연, 공연마당을 즐겼다. 만든 사람도 참여한 사람도 즐거웠다. 날이 저물고 한바탕 신났던 잔치가 끝났다.
어둠 속에서 무대가 철거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날이 밝으면 세상을 창조해간 고대의 여신들이 죽지 않고 지금도 살아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사람들이 깨닫기를,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 속에 잠든 여신을 깨워 세상 속으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권수빈/수원여성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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