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2-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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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수원여성회 (218.♡.99.76)
 조회 :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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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중부단상 12월 5일자
여성노숙인 이해하기
언젠가 휴일에 은행자동화 코너를 이용하려다 여자아이를 만난 경험이 있다. 가출 청소녀로 보이는 그 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며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짧은 순간 그 아이의 진심이 의심되긴 했지만 내 머리 속에는 우리 지역에 여성노숙인을 위한 임시보호소가 없고, 이를 도와주는 기관이 어디인지 나조차 모른다는 것이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지역에서 있었던 가출청소녀의 죽음 이후 관련 대책이 수립되었다는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 없으므로 여성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여성노숙인은 누구이며 여성노숙인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우선 여성노숙인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은 여성노숙인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며, 그 실태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숙인 하면 역 주변이나 공원을 서성이는 남성노숙인을 생각하기 쉽고, 보건복지가족부령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규칙’에도 ‘노숙인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말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일일숙소, 친인척 혹은 친구 집에서 생활하는 은폐형 또는 잠재형 노숙이 많으며, 특히 아동을 동반한 여성인 경우 길거리 노숙이 어렵기 때문에 찜질방 같은 곳에서 은폐된 노숙을 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노숙인은 빈곤으로부터 초래될 가능성이 높고 길거리 노숙을 피하기 위해 성매매로 연결되는 등 남성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 뉴욕의 경우에도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노숙인(홈리스)의 전형이 ‘단신 남성 홈리스’에서 ‘두 자녀를 동반한 여성홈리스’로 변화되는 양상을 띠는데, 2004년 미국 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뉴욕 홈리스 중 아동을 동반한 여성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노숙인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노숙인의 범주를 18세 이상으로 한정하는 것도 문제다. 18세 이상의 규정은 실제 존재하고 있는 18세 미만의 노숙 청소년과 청소녀를 정책대상에서 배제하게 된다.
즉, 여성노숙인의 범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실태를 파악하는가에 따라 여성노숙인 정책은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노숙인을 ‘거리 노숙을 포함하여 공동 또는 민간보호소, 버려진 빌딩, 차, 공원, 여인숙 및 합숙소 등 일시적인 주거지에 생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일이다.
그리고 여성노숙인이 겪는 이중차별을 이해하고 여성노숙인을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여성노숙인은 여성이자 노숙인이지만 여성과 노숙인 정책에서 배제된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여성노숙인이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회복귀, 자립에 용이하다고 한다. 즉, 여성노숙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두기보다 정부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성노숙인 정책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하며, 정책수립을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적 편견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노숙인을 바라보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여성노숙인 정책에 필요한 기본실태와 양상을 파악하려는 지방정부의 의지와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임혜경/수원여성회 공동대표
게재일 :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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