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5-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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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수원여성회 (218.♡.101.198)
 조회 : 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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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조직, 그리고 소통
요즘 분장실을 소재로 한 유명 개그프로그램이 인기다. 위계질서가 명확한 조직 내에서 최고참 선배와 중간 선배, 그리고 후배들 간에 겪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조직과 소통, 리더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최고참 선배는 항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후배들을 격려하지만 후배들의 일상을 잘 모르면서 중간자인 직속 후배가 왜곡하는 이야기만 믿고 ‘니들이 뭘 알겠니’라며 후배들에 대한 잘못된 측은지심을 가진 소통에서 배제된 인물이다.
중간선배는 후배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왜곡하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부하는 그야말로 얄미운 선배이다. 상호간의 소통이 단절되고 위계질서와 권위만 강조되는 분장실의 단면은 개그의 소재로 과장되긴 했으나 우리 일상의 조직, 집단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돌이켜 볼 때 87년 민주항쟁이나 지금의 촛불집회는 권력을 거부하고 민주적 소통을 바라는 개개인의 욕구가 반영된 행동이었다.
국민을 통제하는 일방적 독재 권력을 몰아내고, 그 권력을 국민이 직접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던 87년 민주항쟁과 일방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로 시작되어 다양한 의제로 확산된 촛불집회는 민주적 소통을 단절한 채 권위만 지키려는 권력에 대한 반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는 권력이 지나치게 독재화되거나, 소통이 단절되는 것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와 참여가 제한될 경우 그 권위조차 위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은 일방적이며, 조직은 위계질서로만 유지되는 것일까?
우선 ‘권력’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힘 또는 권위로 상징되기 쉽지만 이것은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남성적 이미지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대표를 맡는다거나 지도적 위치를 가진다는 것은 일방적인 ‘힘’을 갖는 것으로 왜곡되거나, 카리스마가 있어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오해를 낳는다.
그러나 민주적인 권력, 민주적인 리더의 모습은 한 사람이 그 권력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그 권리를 가지며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구조를 만드는 권력이다.
그래야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가 반영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구성원의 지향에 맞게 조직과 사회가 변화하여 누구나 만족하고 책임지는 조직,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조직 문화, 소통구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인용한 개그 프로그램의 선배가 자주 이야기하는 ‘니들이 뭘 알겠니’라는, 그래서 앞서 가르쳐 주고 이끌어 가려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고 소통하면서 그 권력을 나누고, 구성원 모두가 리더가 되는 민주적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조직, 사회가 바뀌려면 권력, 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있어야 하고 민주적인 소통구조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웃음을 불러오는 개그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권력과 권위, 민주적 조직과 소통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전환을 그리는 유쾌한 시간들이 필요하다.
임혜경/수원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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