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9-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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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수원여성회 (218.♡.106.16)
 조회 :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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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스무 살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참정권이 주어지고, 보호자 동의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다. 어른이 되기를 기다린 이들에게 스무 살이 된다는 것은 짜릿한 희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명제가 기다린다.
수원지역에서 지역여성운동을 시작한 지 스무 해. 올해는 수원여성회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80년대 지역의 많은 이들은 민주화를 열망했다. 우리사회에서 민주화를 쟁취하기만 하면 일터와 가족이 민주적으로 바뀌고 평등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민주화의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선거라는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가 만들어졌고 선택과 참여의 폭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제도적 민주화가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즉자적으로 바꾸진 못했다. 특히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는 또 다른 문제였다.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고용차별을 경험하고, 술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가정에서 가사노동과 육아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는 민주화라는 의제 속에 녹아들기 어려웠고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함께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간, 조직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역의 여성들은 여성운동단체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 결실로 수원여성회가 시작되었다.
20년의 역사 안에서 주요한 여성운동의 주제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바꾸는 것이었다.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어린이집 설립과 국가의 공보육 확대를 요구하는 활동,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이 개별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알리고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활동,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남성 위주가 아닌 여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바꾸어 가도록 하는 여성정책 요구활동, 호주중심의 가족편재 문제점을 알리고 호주제를 폐지하는 활동 등 법과 제도의 변화는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고,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지역에서는 교육·환경문제를 고민하여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대한 활동을 벌이기도 하고, 분단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평화운동의 핵심에서 활동했다. 지방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행태에는 주민과 함께 거리에 나가 서명도 받고 일인시위도 벌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 자리한 학교도서관이 뿌연 먼지로 방치되던 시절에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을 전개했다.
제도와 법을 만들고자 거리에 나서고, 정부와 지방정부의 문제에 대응하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사회 다양한 의제에 참여하면서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수원여성회를 모르는 많은 지역의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거기 뭐하는 곳이냐고??” 그럴 때마다 가끔은 힘이 빠지고 홍보가 취약한 여성운동의 기술력에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게 스무 해가 되었다. 스무 살, 이제 성인이 된 거 같지만 지역에서는 큰 누나이고 맏언니이다. 민주주의 성과를 후퇴시키지 않도록 지켜야 하고, 지역여성운동의 의제를 발굴하고 여성주의를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고, 지역시민운동의 맏이 역할을 해야 한다.
여전히 1년 365일은 쉴 틈이 없고 빠듯하다. 다시금 새로운 꿈과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지혜를 모은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지지해주고 격려해 주면 더욱더 힘이 난다. 그래서 당당히 부탁한다. 스무 살의 언니들을 응원해 달라고.
임혜경/수원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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