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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수원여성회
- 더디지만 함께 가는 힘, 그 힘이 든든한 뿌리가 됩니다 -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아선호사상으로 뱃속 아이의 성별을 확인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딸 키우는 부모들은 요즘 세상 무서워 집 앞 슈퍼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취업 전선에서 여성은 비정규직과 낮은 급여의 타겟층이다. 축복받아야 하는 출산의 기쁨은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위압감으로 다가오고, 엄마에게만 요구되고 책임지어지는 자녀양육은 여성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수원여성회(이하 여성회)는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운동단체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가슴 속에 남아있던 지역 여성들의 필요와 요구에 1989년 수원여민회(수원여성회의 이전 명칭)가 창립하였다. 직장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한 여성회는 초장기 여성노동자의 고용평등과 육아문제 등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였다고 한다. 24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여성회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여성회의 장정희 상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장정희 대표는 1994년 여성회에서 개원한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94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한 단체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하는 것도, 교사로, 회원으로, 활동가로, 대표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단체의 필요와 요구에 맞게 변화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여성회가 처음 생긴 때부터 지금까지 회원이신 분들이 계신가요?
네. 현재 2~3분 정도 계신 것 같아요. 현재 적극적인 회원활동을 하진 않으셔도 후원회원으로 계속 지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시고 계시죠. 그리고 처음 회원으로 오셨을 때는 아이가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은 중·고등학생인 회원분들도 많아요. 초창기 사업에서 놀이방,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문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면 요즘은 청소년 교육 사업 부분도 진행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 수원여성회 회원수련회 및 가족모임 사진(출처 : 여성회 홈페이지)
수원여성회는 화성성곽을 올라갈 수 있는 공방거리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방안에 앉아 있으니 바깥의 소음은 들리지 않고, 차분한 빗소리만 들렸다. 작은 마당에는 모여 앉아 놀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분위기와 위치가 너무 좋다고 하자 지금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이곳을 고른 이유가 일반 사무실의 경우는 회원 자녀들이 함께 오면 아이들이 마땅히 있을 곳이 없잖아요. 주택이면 회원들이 일을 보는 동안 아이들끼리 모여서 놀기도 좋고, 해서 계속 이곳에 있었죠. 그런데 너무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보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시민단체라면 지나가다가도 보고 들어올 수 있고 해야 하는데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거죠. 그래서 지금 이전을 위한 모금사업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더디더라도 함께하기
여성회가 이전을 준비하는 다른 측면에는 회원 중심의 사업에서 지역 중심의 사업으로의 변화도 있었다. 작년까지는 회원 소모임이 중심이 되어 조직이 운영되었는데, 긴 논의를 거치며 지역분과로 조직을 개편하였다고 한다.
소모임에서 지역분과로 조직을 개편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풀뿌리여성운동에 대한 욕구는 날로 증가했지만 소모임 형태로 지역 현안에 접근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죠. 지역의 문제로 눈을 돌리고 직면하게 된 것은 2007년 수원의 놀이터 실태조사를 하면서입니다. 지역에 있는 놀이터 현황을 조사하는데 단순히 놀이터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문제가 보이면서 지역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놀이터가 왜 이렇게 외진 곳에 있을까, 놀이터 주변의 유흥가 등 환경은 왜 이리 열악한가, 가로등은 없고, 시설물이 파손된 것들도 있고..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지역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무국은 한 곳에 있고, 소모임 활동은 구성원들의 터전이 다르니 공유하고 논의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죠. 그리고 만약 영통지역에 문제가 있다면 영통지역민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 문제를 고민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지역분과 조직으로 개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개편작업은 쉽지 않았다. 처음 이야기가 나온 2007년 이후로 개편까지는 대략 3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기존의 소모임 운영이 익숙하고 재미있던 사람들은 지역활동에 부담감을 느꼈고, 또 한편에서는 긴 논의 과정에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도 모두를 이해시키고 함께 합의 과정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느려도 계속적인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고, 합의했기 때문에 더 단단한 힘을 받았다고 한다. 회원들은 아직 개편된 지역분과 조직에 적응하는 중이라지만 함께 한다면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누군가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빠른 의사결정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무슨 일이 되겠냐고. 하지만 여성회는 회원이 주체가 되는 단체이기에, 주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은 결코 헛된 소모가 아니었다. 맛있는 열매를 하루아침에 키워 따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열매를 잘 키우기까지 긴 관심과 애정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오랜 기간 사업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은 사업은 무엇이 있으신가요?
2000년도에 경기도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 운동을 했었어요. 그 때까지 학교도서관은 도서도 너무 오래되고 담당 사서도 없어서 유명무실했지요. 그래서 사업 제안을 통해 경기도 10개 학교에 담당 사서를 파견하고 도서 양질화사업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파견 형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사서 선생님들의 업무상 어려운 점이나 고용 안정화 요구가 저희에게로 들어오더라구요. 사실 저희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에게는 당사자 운동을 제안하고 교육청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 제안을 진행해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었죠. 저희가 계속 했다면 저희만의 실적으로 남았겠지만 사업이 커지고 안정화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운동성을 가지고 그 전까지의 활동을 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회원이 만들고 운영하는 사업, 이제는 지역과 함께
진행하시는 교육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저희 소모임 자체가 교육 모임이었다고 보시면 되요. 함께 학습하고 발제와 토론을 통해 더 깊은 내용을 나누죠. 여성문화나 여성학 같은 여성의 삶에 대한 교육이나 여성건강 같은 교육은 공개강좌로도 운영했어요.
청소년 영상캠프를 통한 미디어교육도 진행하고, 미디어 바로보기 같은 교육도 함께 합니다.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통해 돈의 철학이나 가치에 대해서 나누고 좀 더 연계해서 자조모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생애주기별로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 초경학교, 몽정학교도 진행하고요.
통일교육 같은 경우는 저희 창립선언문에 평화통일과 관련된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해서 통일여행, 여성통일리더양성과정, 통일평화강좌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원 중심 교육이었는데 이제는 지역, 시민들과 함께하는 교육 활동도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 올 여름 진행했던 청소년 영상캠프 모습(출처 : 여성회 홈페이지)
교육 기획이나 운영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교육기획과 운영의 주체는 회원들로 구성된 교육연구팀입니다. 이 팀에 사무국 활동가가 함께하며 논의하지만 실재적인 기획은 교육연구팀이 하고 사무국은 실행과 집행에 중심을 두죠. 회원들은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강사로 직접 활동하세요. 특강 같이 외부 전문가를 모셔올 때도 있지만 거의 회원들이 진행합니다. 강사를 하시는 회원분들은 그 분야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하시고 강의도 하시는 전문가이시죠.
각 운영분과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략 4~50분정도 된다고 한다. 이 분들은 교육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참여하는 운영분과의 위원으로 정책, 교육, 조직, 홍보 등의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다. 사무국 활동가나 소수의 몇몇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니. 회원조직으로서의 진정한 면모가 보였다. 예전에는 활동회원 중에 남자도 있었는데, 지금은 활동하지 않으시고 후원회원으로만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남자 후원회원은 꽤 되신다고 한다.
수원의 다른 단체와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하시나요?
수원에는 여성회를 포함해 6개의 여성단체들이 있는데 그 단체들이 모여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저희와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여성의전화, 수원YWCA,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탁틴내일이죠. 수원에 이런 단체들이 생겨서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과거에는 저희 혼자 해야한다는 사실에 힘도 들었고 부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함께해야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데 부족함이 있었죠. 네트워크에서는 수원의 여성정책 논의와 방향제시 뿐만 아니라 여성주간행사, 여성영화제 등의 다양한 사업을 연대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권이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사회 깊숙한 부분을 살펴보면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여성가족부도 있고 각 지자체에는 여성정책 담당과가 구성되어 있다. 여성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고민하는 단위가 있고 없음은 그들의 권리를 얼마나 인정하고 함께하고자 하는가를 반추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차별받아 왔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도 차별당하고 있는 이 시대의 여성들을 위해 여성회가 함께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모두가 평등한 양성평등사회를 기대한다.
 <수원여성회> 주요사업 ◦ 정책사업
- 여성정책 토론회 및 현안대응 활동
- 여성빈곤대응 및 여성경제교육
- 여성가장대출사업 ‘캐쉬SOS’
◦ 교육·홍보사업
- 여성학 강좌, 여성정치교육, 여성건강교육
- 초경학교, 우리동네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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